몇개월전 한국에서 어머니께서 오셨다. 둘째 손주를 돌봐주시고 딸래미 몸조리를 도와주시기 위해서...
어느날 어머니께서 맛있게 묻히신 취나물이 오래되었다며 다 버리자고 하셨다. 말라 비틀어져 실은 취나물의 향을 제대로 느낄수 없었으니까...미국에서 취나물이나 귀한 다른 음식들은 무척 비싸고 귀하기도 힘들어 왠만해선 한국음식들은 다 먹는데 갑자기 그런말씀을 하셔서 약간 당황이 되었다.
어느날 핫도그를 먹고 남은 핫도그 빵이 한두개 남아 있었다. 핫도그빵은 핫도그가 없을 때는 아무 의미없는 빵이기에 버터를 발라서 먹는다해도 왠만해선 맛이없다. 그래서 이리굴리고 저리 굴리다보면 유통기한이 넘머 버리게된다. 음식 버리는게 죄라는 것을 아는데도 빵만 잘 안먹게된다. 그래서 버리려고 하는데 어머니께서는 아까운 빵을 왜 버리냐고 하신다. 싸고 비싸고를 떠나서 빵이니까...
한국에서 흔한 나물들이 미국에선 귀하고 미국에서 흔한 빵이 한국에선 귀하고..
어느순간 머리속에 확 밀려오는 생각들...
내가 가치있다고 귀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어느 곳에서는 아무것도 아닌것이고, 또 다른 사람들이 가치있다고 여기는 것들이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닌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어머니께서 그러셨다. 죽으면 한평도 안되는 관에 묻히는데 왜이리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더 많은 것을 향해 힘들께 사는 걸까...
내가 생각하고 내가 믿는 것을 향해 열심히 사는 것은 분명 제대로 사는 길이다. 하지만 가끔 그것이 정말 가치가 있는 일인지 되집어 보고 그 길을 가는것도 내 인생에 있어야 할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원효대사가 동굴속에서 그리 맛나고 시원하게 마셨던 물이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해골물이어서 놀랐듯이 그 날 밤에는 맛있게 들이킨 샘물이란 생각에서 행복한 잠자리에 다시 들었을 것이다. 그것이 썩은 해골물이든 맑은 샘물이든 자신이 시원하게 마시면서 행복했던 그 순간을 잊지말아야 하겠다.
나에게 가치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어느순간엔 또 아무거도 아닌게 되는 것은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서 더욱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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